내가 한국에 온 이유
나에게 이런 한국 드라마같은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한국 드라마 안에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대부분의 한국 드라마가 그렇다)는 나에게도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는데, 그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다. 한국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우연히 한 한국 남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나는 그와 결국 사귀고, 결혼까지 약속하게 된것이다!
그를 만나기 전에 처음으로 알게된 한국 친구 ‘연주’도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사람인데, 이 두 사람은 한국을 오기 전 한국에 대해 많이 알고 느끼게 해주었다. 연주는 정말 귀여운 한국 여성으로서 우리는 직접 만나기 전인데도 매우 친해졌다. 우리들은 짧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지만 그녀와 나누는 채팅이나 통화는 정말 즐거웠다. 정말 순수한 마음을 가진 연주와 만난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
각설하고, 남자친구와 내가 처음 만난 것은 인터넷 채팅 속에서였다. 우리는 사실 별로 많은 대화를 갖지 못했는데, 이것은 내 남동생이 인터넷을 하겠다고 옆에서 항상 졸라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집에 사람이 없을 때만 인터넷을 하곤 했는데, 그 짧은 와중에도 그와 연결되면 서로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취향이 비슷하고, 사고방식이 비슷한 우리는 몇 년동안 알고 지낸 것처럼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사실 그는 채팅이나 메일로 대화할 때와 실제 생활 모습은 좀 다른것처럼 보였다. 편지 상에서 그는 항상 내 생각을 잘 받아주는 개방적이고 이해심 많은 사람이었다. 하루의 일을 이야기하거나 서로 좋아하는 주제를 같이 이야기할 때 즐겁게 받아주는 그를 누가 싫어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에 대해 갈수록 좋은 감정을 가졌고, 특별히 어떤 말들을 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하지만 갑자기 그는 연락이 뜸해졌고, 인터넷 사이에서 점점 오해가 쌓여갔다.
나중에서야 그가 일에 무척이나 바빴고, 그래서 연락을 제대로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우리는 서로의 오해를 풀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국남자의 특징이 이런가?’, ‘왜 갑자기 무뚝뚝해 진거지?’ 등 한국 드라마에서 본 환상에 조금은 젖어있던 나에게 그는 ‘진짜 한국 남자(?)’를 알게해주었다.(사실 말레이시아든 한국이든 연애는 똑같다!)
여하튼 그로부터 몇 달 후, 나는 즐거움과, 지식과, 넓은 시야와, (쇼핑까지!), 그리고 그를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향했다. 여행을 하며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를 직접 만나 함께 생활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웠다. 진짜 한국을 알게 하기 위해서는 그와 친구 연주의 도움이 정말 컸다.
인천공항
2005년 10월 14일,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가 떴다. 6시간의 비행동안 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창밖 풍경을 보기 바빴다. 하늘이 까맣게 물들고 수천 개의 별이 보이는 하늘은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지금 굉장한 높이를 날고 있겠지. 아침에 뜨는 첫 태양을 보는 것 역시 정말 대단했다. 갈라진 구름은 신선이 사는 궁궐과도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한국! 인천공항으로 마중나온 그를 만났다. 결혼식에서 입을 법한 짙은색 정장을 입고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드는 그는 정말 잘생긴 한국 남자였다! 나는 그의 도움으로 서울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서울
사실 서울(首尔 셔우얼)이라는 표기가 등장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원래는 한성(汉城 한청)이라 불리웠는데 한국인들이 옛날 중국에 사신을 보낼 때 쓰던 ‘한성’을 아직도 쓰고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 서울이라고 발음할 수 있는 표기를 만들어 전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다.
여하튼 나는 서울에 왔다! 그때는 세상이 황금색으로 물들던 가을이었다. 커다란 사거리에 가로수가 서 있고, 나뭇잎들이 모두 붉거나 노란색을 띄고 있었다. 땅에는 은행잎이 깔려있고, 가을바람이 잎사귀들을 아주 멋지게 흔들고 있었다. 청명한 공기는 뜨겁기만 한 말레이시아와는 아주 달랐다. 처음에는 이 추위(?) 때문에 아주 고생을 했다.
서울의 지하철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걸핏하면 사람을 때리는 긴 생머리의 예쁜 그녀가 차태현이라는 평범한 남자를 운명적으로 만났던 곳이 바로 이 지하철 아닌가?! 괜히 무언가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이 타고 내리고, 공책이나 손수건 등을 파는 사람들이 왔다갔다 거린다. 노약자 보호석도 있다.(물론 말레이시아에도 있다)
나는 열차 안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출근할 때 붐비는 차 속에서는 몸을 움직이기도 어려운데 한국 출근족들은 대부분 고개를 숙이고 용케 잘 조는 것 같다. 오후에는 지하철 안에 사람들이 거의 없고 이중 대부분은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것 같다. 역의 거의 모든 곳에는 대형LCD가 설치되어 있어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은 광고나 방송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멍하니 바라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인데, 한국인들은 이것이 너무 흔한 것이라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아, 한가지 잊어버릴 뻔했다. 나는 한국 지하철의 파란색 소파를 정말 좋아한다. 앉으면 아주 편안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기까지 해서 감기를 예방해줄 정도다!
또 항상 붐비는 출근길에는 계단 근처에 무료로 보는 신문들이 줄줄이 놓여있어 아주 인상적이다. 말레이시아에는 모두 돈을 내고 신문을 사야하기 때문에 이런 광경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열차 안 경로석에는 임산부나 노약자를 위한 자리가 따로 있는데, 꼭 그 자리가 아니더라도 한국 사람들은 자리를 양보하는 문화가 말레이시아보다 더욱 대단한 것 같다. 사람들이 매우 친절해 보인다.
한국 친구 연주와의 첫 만남, 그리고 인사동
8호선을 타고 한국 친구 연주를 만나러 나갔다. 그녀와는 인터넷에서 만난 이후로 첫 대면인데, 정말 귀엽게 생겼다! 청록색 윗도리를 입고 진짜 귀엽게 생긴 털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하얀 피부에 쌍커풀이 지고 밝은 목소리를 가진 이 소녀는 첫눈에 봐도 사랑스럽고 총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와 나는 금새 너무도 친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인사동
서울 구경의 첫번째는 단연 경복궁과 창경궁 등 고궁들이 있는 인사동이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3분정도 걸으면 한국의 역사 중 조선왕조 시대의 왕궁과 귀족의 저택들을 볼 수 있다. 일본 식민지 시절 평민으로 격하된 귀족들은 생계를 위해 자신의 집의 책자나 골동품들을 팔았다고 한다. 그것들이 모여 형성된 장소가 인사동 전통 골목길이라고 들었다.
인사동에 들어오면 오래된 상점들이 늘어서있고 작은 등이 걸려있어 오래된 한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인사동 거리는 중국 북경의 유명한 전통 거리인 따통과는 조금 다른데 미술관, 화랑부터 시작하여 오래된 자기, 붓이나 책자 등을 판다. 전부 수집된 것처럼 보이며 매우 예술적인 분위기를 나타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곳이다. 나 역시 이러한 미술작품들에 관심이 많아서 작은 그림을 한장 사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인사동 거리가 마음에 들었고 연주와 함께 수다를 떨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쌀쌀했던 그때 연주가 따뜻한 길거리 음식을 사주겠다며 나를 이끌었다. 노르스름하며 달콤한 꿀과 흑설탕이 담겨있는 동그란 떡이었는데, 기름을 두른 철판에서 도장처럼 꾸욱 눌러 만들고 있었다. 연주는 그것을 ‘호떡’이라고 부른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호떡이 너무 맛있어서 (연주한테 미안했지만!) 몇 개나 먹었다! 우리는 정말 잘 먹는 서로를 보며 마구 웃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친구에게 보내려고 한국 전통의 엽서들을 사기 위해 작은 상점에 들어갔다. 한국의 전통 혼례식과 전통 공연들울 그린 것이었는데 직접 그러한 공연을 보고싶었지만 기회가 되지 않아 매우 아쉬웠다.
특이하고 맛있는 한국 먹거리
인사동 거리에는 한국적 거리음식이 매우 많으며 실제로 어디나 작은 포장마차들이 있다. 내가 본 한국 드라마에서 역시 길거리에서 ‘떡볶이’를 먹는 장면이 자주 나왔던 것을 기억한다.
가장 유명한 한국 군것질 중 하나인 떡볶이는 고추장과 설탕, 엿과 떡과 물을 넣어 졸여 만드는 것으로 기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느끼하지 않다. 매콤달콤하며 정말정말 맛있다. 말레이시아에도 떡볶이만큼 유명한 전통음식인 ‘猪肠粉’이 있는데 생선전병이나 돼지고기를 갈아서 볶아 달콤한 장이나 참깨를 뿌려 돌돌 말아먹는 쫄깃하고 특색있는 음식이다.
그리고 한국의 음식하면 비빔밥도 빼놓을 수 없는데, 흰밥과 온갖 색색의 나물을 큰 그릇에 함께 비벼먹거나 뜨거운 돌솥에 볶듯이 비비기도 한다. 고기와 계란, 통깨가 야채와 함께 위에 얹어진다. 그 위에 고추장을 넣어 먹으면 아주 독특하고 맛있다.
또하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자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음식은 ‘냉면’이다! 차가운 얼음이 띄워진 물냉면과 콩이 들어간 콩국수 등 종류도 여러 가지인데 먹는 방법은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조금 다르다. 차가운 물에 잠겨있는 물냉면의 육수는 정말 시원하고 맛있으며, 매운 고추양념이 있는 비빔냉면은 금방 침이 고일정도로 새콤하다.
썰어놓은 고기나 오이, 계란등이 올려져 있는데 처음 먹었을때는 너무 신기한 음식이라 어떻게 먹는줄도 모르겠고 맛도 희안하다고만 생각했었다. 솔직히 우리 중국쪽에는 ‘차가운 탕’이라는 것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모두 뜨거운 탕에 면을 말아먹지 저렇게 이가 시리도록 시원하면서도 맛있는 냉면은 본적이 없었다. 아주 신선했다.
연주와 함께하는 인사동 여행, 처음부터 너무 신기하고 재밌는 것이 많아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었다. 그 다음은 서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젊은이의 거리 ‘명동’으로 향했다.
'생활문화 > 중국발뉴스번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말레이시안 켈리의 생생한국 6부, '한국의 날씨' (12) | 2009/03/21 |
|---|---|
| 말레이시안 켈리의 생생한국 5부 '한국에서 본 인상적인 건축물' (13) | 2008/11/28 |
| 말레이시안 켈리의 생생한국 4부, 한국 요리경전 (8) | 2008/11/18 |
| 말레이시안 켈리의 생생한국 3부, 명동과 에버랜드 (6) | 2008/11/08 |
| 말레이시안 켈리의 생생한국 2부, '인사동과 떡볶이' (22) | 2008/11/06 |
| [연재] 말레이시아인 켈리의 한국 이야기 (4) | 2008/11/04 |
-
클리앙에서 왔습니다.
켈리님께서 한국에 대해 많은 칭찬을 하셨는데, 제가 보기엔 켈리님 자신이 항상 기쁨과 겸손에 가득찬 분인 것 같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읽는 저까지도 사물에 대한 감탄과 행복이 흘러들어오네요.
켈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2RUN
2008/11/06 13:40클리앙 눈팅족입니다.
정말 재밌게 읽었고
한국을 그리 좋게 봐주셔서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제가 아무 느낌도 없이 가곤하는 인사동을
참 즐거운 곳으로 바꾸어 주신 것 같아요
여튼 글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 -
아몬드걸
2008/11/11 02:20글은 몇편까지 연재하나요?
번역 정말 잘하시네요
글 재밌게 잘봤어요 한국을 너무 좋게 생각해주셔서 저도 참 기분이 좋아지네요
근데 넘 좋은나머지 여행이 아닌 한국에 정착을해서 살게되면 단점도 많이 보이겠지요
끝까지 켈리씨가 좋은사람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